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과 여신 드레스

가슴과 허리를 타고 늘어지는 유려한 드레이프, 한 땀의 바느질도 용납하지 않는 듯한 완벽한 재단. 마룻바닥을 쓸고도 남을 긴 드레스를 두고‘여신 드레스’라 칭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의 천의(天衣)를 닮은 이번 시즌의 드레스를 보니, 디자이너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캐릭터의 여신들이 입력되어 있었나 보다. 

Persephone  :명계와 꽃들의 여왕

SHE IS : 페르세포네는 곡물과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여러 딸 중에서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바깥 출입 을 삼갔으며, 속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르세포네는 로마에서는 처녀라는 뜻을 지 닌코레(Kore)라고도 불리며 일명 명계, 즉 지옥의 여신이다. 지옥의 왕인 하데스와 결혼했 기 때문에 지옥, 지하세계, 어두움 등의 요소와 동일시되지만 결혼 전에는 꽃과 봄을 관장하 는 따스한 이미지의 처녀신이었다. 지옥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에 반해 지옥 으로 납치하여 아내로 삼았으나 딸을 잃고 슬퍼하던 어머니 데메테르가 강력하게 항의하여 제우스의 중재하에 일 년 중 8개월은 지옥에서, 4개월은 지상에서 살게 되었다. 대지의 여 신 데메테르가 딸과 헤어져 살게 되면 눈물을 흘리고, 딸과 재회하면 웃는 덕분에 바람이 불 거나 비가 오고, 따스하게 햇살이 비치거나 꽃이 피게 되었다고. 이 신화는 4계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하는 원류이기도 하다. 밖에서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다가 집에서는 애처가 로 변신하는 남편-그녀 입장에서 보자면 납치범-을 둔 페르세포네는 서글프고 냉기 넘치는 캐릭터로 표현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답고 청순한 여신으로도 그려진다.
CHARACTER :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며 겉보기에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 보인 다. 뚜렷한 개성으로 타인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알쏭달쏭한 캐릭터. 하지만 일단 친 해지면 의외의 다정한 면을 조금씩 내보이기도. 이성과 동성에게 고루 인기가 있으며, 자신 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상당히 섹시한 면도 갖고 있다.
STYLING : 지하 세계를 대변하는 여신 페르세포네의 이미지에는 역시 한없이 깊은 검은 색만 한 것이 없다. 실크처럼 광택이 있거나 오간자처럼 반투명하게 비치는 소재면 더욱 효 과적이다. 페르세포네가 어디를 가든 늘 데리고 다니는 늘씬한 뱀의 이미지와 같은 파이톤, 뱀피 소재의 장식이 더해지면 훨씬 인상적이다. 파이톤 가죽으로 만든 뷔스티에와 우아한 검정 실크가 연결된 강렬한 디올의 드레스는 페르세포네의 개성을 잘 표현한다.  
Hera  :결혼과 가정의 여신, 신들의 여왕

SHE IS :
서양에서는 흔히 6월을 결혼의 달로 여기는데, 영어로 6월(June)은 결혼의 여신 주노(Juno)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여신은 로마의 제우스인 주피터의 아내로, 그리스에서 는 헤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문학 작품에서는 주로 제우스의 질투심 많은 아내로 등장해 바람기 많은 제우스가 관계하는 여자들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곤 했다. 소문난 바람둥이인 제우스는 무수한 여신들은 물론 인간 여인,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트로이의 왕 자였던 가니메데스에게 반해 시종으로 삼기까지 했는데 결혼의 여신인 헤라가 불륜의 연적 들을 가만 내버려두었을 리 만무했을 것. 아프로디테가 그리스 신화 최고의 미녀로 알려져 있지만 헤라도 만만치 않은 미녀였다. 눈처럼 흰 팔, 위엄과 정숙한 얼굴을 한 당당한 기혼 녀의 이미지다.
CHARACTER :
고고하며 자존심이 무척 세다. 반면 가련한 뻐꾸기로 변신해 그녀의 품 에 날아든 제우스를 불쌍히 여기고 품었을 만큼 동정심과 모성애 또한 뛰어나다. 자신의 것 을 파괴하는 행위를 참지 못하고 단호히 대처하는 소유욕의 소유자. 매우 공격적이어서 타 인을 주눅 들게 만들지만‘내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캐릭터.
STYLING : 고급스럽고 정숙한 이미지의 헤라 여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컬러는 신비하고 도 위엄 있는 보라색. 17세기경 루벤스가 그린 <주노와 아르구스>에서 묘사된 헤라는 품이 넉넉한 원 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다. 구찌 컬렉션에서 프리다 지아니니가 선보인 원 숄더 스 타일의 풍성한 드레이프 드레스는 완벽한 헤라의 이미지이다. 커다란 원석을 매치한 코스튬 주얼리로 귀부인의 이미지를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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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고급스러운 실크 태피터 소재로 심플하게 재단한 구찌의 팬츠 수트. 자칫 깐깐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는 보태니컬 프린트의 셔츠로 중화한다.
WEEKEND 보라색과 그래픽적인 대비를 이루는 드리스 반 노튼의 편안한 실루엣의 무릎 길이 스커트. 편안한 원숙미가 돋보이도록 느슨하게 스타일링한다.
NIGHT OUT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도록 가슴을 은근히 강조한 드리스 반 노튼의 비대칭 롱 드레스. 여기에 박시한 재킷이나 느슨한 카디건을 함께 매치한다. 
Artemis  :사냥과 달의 여신

SHE IS :
로마에서는 다이아나(Diana)로 불리는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 과 달, 그리고 처녀성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난 딸이자 태양신 아폴론과 쌍둥이인 아르테미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 아르테미스는 다양한 측면의 성격을 지닌 여신으로 묘사되는데, 생후 9일째 되던 날 어머니 레토를 도와 동생 아폴 론의 출산을 도울 정도로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한편 자신의 어 머니 레토를 모욕한 티티오스를 사살하여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장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사냥꾼의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욕의 상징인 아프로디테와 대조되는 순결의 상 징으로 유명하다.
CHARACTER : 세 살 생일 선물로 아버지 제우스에게 영원한 처녀성을 선물해달라 고 말했을 정도로 깔끔하고 결벽적인 성격의 소유자. 새로 만든 활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수천 번 쏘아볼 정도로 완벽하며 의심도 많다. 하지만 오리온과의 러브 스토리에 서볼수있듯한번사랑에빠지면아무것도보이지않을정도로순진하고 정열적인 면 도 갖고 있다.
STYLING : 순결의 상징인 아르테미스 여신에게는 역시 화이트가 제격. 특히 약간의 노란빛도 머금지 않은 눈부신 오프 화이트 컬러가 잘 어울린다. 1645년 야곱 요르당의 명화 <다이아나의 휴식>에 등장하는 드레스는 소피아 코코살라키 컬렉션에 선보인 가 슴 사이에 깊은 슬릿이 있는 얇은 실크 소재 드레스와 상당 부분 이미지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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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입체 재단을 통해 섹스어필보다는 차분한 이미지를 선보인 캘빈 클라인의 무릎 길이 벨티드 드레스.
WEEKEND
너무 캐주얼한 것보다는 화이트 트렌치코트로 차분함을 강조한다. 셀린 쇼에서처럼 단추는 오픈하고 대신 벨트로 앞섶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
NIGHT OUT 러플 네크라인으로 순결한 느낌을 주는 클로에의 여성스러운 무릎 길이 드레스. 살짝 노출되는 허리선과 가냘픈 어깨는 보너스! 
Aphrodite  :성애와 미의 여신

SHE IS :
그리스 신화 최고의 미녀이자 성애와 미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프로디테. 로마 신화에서 비너스라고 불리는 바로 그 여신이다. 사실 아프로디테는 바다와 항해의 안전을 관장하는 일개 힘없는 여신이었지만 지혜의 여신 아테나, 결혼의 여신 헤라와 함께 황금사과를 놓고‘미의 심판’을 겨루고 결국 아프로디테가 황금사과를 차지하면서 일약‘연애’ ‘성’ ‘관능’이라는 키워드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청순하고 관능 적이며 달콤한 여신이다. 그녀의‘싸가지 없음’은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무절제함’은 사랑을 부른다는 이미지를 낳았다. 심지어 눈만 마주쳐도 올림포스의 모든 남자 신들이 사랑에 빠졌다니, 그 사랑스러움이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남았을 정도.
CHARACTER : 적극적이든 내성적이든 간에 자신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으며, 본인 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안하무인적인 모습도 있지만 이는 계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 라 순진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지키며 상대방에 대한 관리 도 철저하다.
STYLING : 사실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최고의 스타일링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것 이다. 풍만하고 아름다운 육체는 최고의 드레스. 고전 명화에서도 아프로디테를 묘사한 그림은 대부분 나체인데, 옷을 입은 것이라고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가 유일 할 정도. 사랑이라는 테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베르사체의 핑크 드레스는 이러한 아프 로디테 여신의 캐릭터가 잘 집약된 드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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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봉긋한 소매와 가슴을 강조하고 허리는 잘록하게 조이는 모스키노의 하이 웨이스트 핑크 드레스. 컬러감이 과하므로 프린트는 피한다.
WEEKEND 잔잔한 핑크 플라워 패턴이 허리를 중심으로 배치된 로베르토 카발리의 사랑스러운 미니 시스 드레스는 주말의 데이트 룩으로 적당하다.
NIGHT OUT 바로크 스타일의 화려한 자카드 소재 재킷이 돋보이는 돌체&가바나의 드레스와 재킷. 감출 것은 감추면서도 아프로디테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 
Athena  :지혜와 전쟁의 여신

SHE IS :
로마 이름은 미네르바(Minerva). 지혜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쟁, 직물, 요 리, 도기, 문명의 여신이기도 하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의 딸로 수많은 자식 중 아버지의 총애를 독차지했는데, 일례로 제우스는 자신의 주무기인 번개를 아테나에게만은 아무런 대 가 없이 빌려줄 정도. 자신이 선택한 영웅은 끝까지 믿고 수호해주었고, 잔인하지만 공명정 대한 성격의 소유자. 전쟁의 신이고 처녀의 신이지만 한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빠져 열 렬한 애정공세를 펼치기도 했는데, 포세이돈은 아름다운 메두사와 연인 사이였던 관계로 아 테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테나의 신전에서 메두사와 애정 행각을 벌여 아테나의 질투에 불 을 붙인다. 이에 단단히 화가 난 아테나가 메두사를 뱀으로 된 머리카락을 가진 괴물로 만들 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베게 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CHARACTER : 화끈함.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하며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남들을 통솔하면 서 기쁨을 얻는 스타일. 일명 반장 캐릭터. 자잘한 일에는 무심하나 한번 믿으면 끝까지 의 리를 지키는 아테나 캐릭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굳이 들추어 공 개적으로 무안당하는 것. 겉은 여자, 속은 남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STYLING : 아테나 여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정열적인 빨강. 투구를 쓰고 무장한 여신인 만큼 메탈 소재의 장식이 있는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혹은 리더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는, 어깨 실루엣을 넓게 강조한 스타일도 제격. 블링블링한 메탈, 크리스털 소재를 드레스 에 장식하고 쭉쭉 빠진 다리를 강조한 발맹의 밴디지 드레스는 마치 1771년자크루이다비 드 작품 <미네르바와 마르스의 전투> 속에 등장하는 아테나 여신의 모습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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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단정한 원 버튼 재킷과 배기 스타일의 팬츠를 매치한 페라가모의 빨강 수트. 가죽 무장을 몸에서 떼놓지 않았던 아테나처럼, 얇은 가죽 벨트를 잊지 말 것.
WEEKEND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의 다리에 반했다는 신화처럼, 매력 포인트인 다리를 드러내는 스타일링이 제격. 하지만 리더로서의 위엄은 잃지 않도록, 고급스러운 태피터 소재의 발렌티노 빨강 벨티드 재킷에 쇼츠를 매치하여 고급스러운 리조트 룩을 만든다.
NIGHT OUT 순결한 처녀신에게 과도한 섹스어필은 금지. 대신 우아하게 굽이치는 빨강 오리가미 장식이 포인트인 랑방의 튜브 드레스 정도면 밤의 드레스업으로 적당한 선택이다. 

 
 
Posted by 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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